Zelda: Breath of the Wild
총 플레이 타임 : 40시간, 메인 퀘만 다 깨고, 타워도 다 안 열었다. (주변에 재밌는게 보이면 많이 시도하긴 했다)
스위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우스겟소리로 “젤다 게임기” 라고 할 정도로, Zelda: Breath of the Wild(줄여서 BotW)는 극찬을 받은 게임이다. 나도 결국 스위치를 산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그렇게 극찬하는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싶어서 였다. 이전 젤다를 제대로 끝까지 해보진 않아서 더욱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결국 스위치 한국 정발때, 스위치를 사서 젤다를 바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리뷰
BotW 는 흔히 보는 “스토리 퀘스트를 축으로 진행되는 선형적 오픈월드”가 아닌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대로 진행되는 비선형적 오픈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자발적 탐험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능동적 액션을 요구하기 때문에 훨씬 풍부한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반면 비선형적 진행 때문에 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며 플레이어에게 긴 호흡의 의도된 경험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재밌지만 반복되는 포맷 때문에 뒤로 갈수록 발견의 재미가 점차 사라지면서 나중에는 발견을 해도 비슷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총평 : 첫 15시간의 갓겜, 나머지 25시간의 그저 그런 게임. 하지만 비선형적 오픈월드의 경험과 첫 15시간이 너무나도 값지다. 이 게임 때문에 스위치를 살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위치가 있으면 사서 플레이 하기 아깝지 않다. 또한 플레이를 할 거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적게 아는 것이 좋다. (게임 리뷰 영상들을 보니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 같다.)
여기 이후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플레이 할 생각이 있으면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비선형적 오픈월드
오픈월드는 방대한 세계를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며 각 공간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스테이지들을 깨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가상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 중 선형적 오픈월드의 경우는 메인 퀘스트가 존재하여 플레이어에게 목표를 주고, 메인 퀘스트 진행도에 따라 갈수 있는 맵이 점차 넓어지게 된다. 메인 퀘스트의 진행도에 따라 공간이 unlock 된다는 것에 로직적 설명을 붙이기 위해서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하게 된다. Hollow Knight와 같은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능력의 개방을 통해 갈 수 있는 공간을 확장시켜주고, 보더랜드나 파크라이 류의 게임들은 스토리 상으로 갈수 있는 공간을 제약한다.
그에 반해, BotW 는 스토리 진행도에 따른 공간의 확장을 최대한 기피한다. 튜토리얼의 역할을 하는 Great Plateau 를 지나고 나면 플레이어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디자인 되어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어떻게 갈 것인지 계획함으로서 자기주도적으로 탐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플레이어 마다 각자의 서사가 생기게 되며 이 서사는 플레이어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잘 남는다.
하지만 모든 곳에 갈수 있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막 지역이 가장 어려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사막으로 가면 플레이어는 게임이 너무 어렵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BotW 는 퀘스트나 시각적 요소(타워, 산, Shrine) 들로 플레이어 행동 유도를 하거나, 몬스터 배치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사막의 경우엔 들어가는 입구쪽에 초반에 오면 절대로 못 깨는 몬스터인 라이넬 2마리를 배치하여 플레이어 스스로 지금 오면 안되는 곳임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RPG vs 오픈월드
BotW는 오픈월드 RPG 이다. RPG 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성장에는 플레이어의 성장과 캐릭터의 성장, 총 두가지 방향성이 있다. 플레이어의 성장은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의 지식, 숙련도, 즉 실력이 느는 것을 의미하고, 캐릭터의 성장은 게임 내의 캐릭터가 강해지거나 능력을 얻는다는 등 가상 세계 내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RPG 인 만큼 캐릭터의 성장은 곧 내러티브 상의 플레이어의 성장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은 불가피하다.
BotW 에서의 캐릭터의 성장은 총 5가지로 설명가능하다. 1. Divine Beast 의 능력 흡수, 2. Korok seed 로 무기 슬롯 확장, 3. Sheikah Slate 업그레이드, 4. Shrine 에서 얻는 Spirit Orb 로 최대 체력/스테미나 증가, 5. 장비
1, 2, 3, 4 는 모두 게임 진행에 크리티컬하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Divine Beast 는 어차피 4개 밖에 없으며 메인 퀘스트랑 엮어져 있고 능력들의 사용 횟수 제한이 있으며 능력이 없어도 무방하게 진행할 수 있다. 무기 슬롯은 맨 처음에는 부족해서 증가시키고 싶지만 나중에는 게임 진행에는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Sheikah Slate는 초반에 풀 업글이 가능하며 역시 없어도 무방하다. 스테미나는 탐험의 편의성을 주며 체력은 큰 공격을 막을 정도만 있으면 나머지는 요리를 먹는 횟수를 줄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Sheikah Slate 업그레이드도 있으면 편한 정도이지 없어도 무방한다.
반면, BotW 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담당하는 장비는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으면 게임 진행을 할수 없게 되는 요소이다. 무기의 내구도가 있어 싸우다 보면 내구도가 다 닳아서 무기가 부서지는데, 이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가 부서지도록 때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길수 없는 적이 존재한다.(나의 경우, Major test of Strength 의 Shrine 에서 좌절했다) 따라서 장비는 BotW 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대표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장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BotW에서는 문제가 된다. BotW 의 디자인 방식인 “모든 곳은 플레이어 선택에 의해 갈수 있어야 한다.” 에 의해서 장비를 줍을 수 있는 것을 플레이 진행도에 엮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어떻게든 어려운 곳의 몬스터 무기를 뺐기만 한다면(스턴, 또는 몰래 보물상자만 열기) 그 즉시 나의 공격력은 확 올라가며 다른 지역의 난이도가 확 낮아지게 된다. 즉, RPG 적 요소가 오픈월드적 요소와 충돌하게 되면서 게임의 진행도와 캐릭터의 성장이 선형적으로 맵핑이 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적당한 난이도의 전투 관련 챌린지를 던지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메인 퀘스트
메인 퀘스트는 RPG 적 요소이며 게임의 전체적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비선형적 오픈월드를 추구한 게임이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 라인은 굉장히 굵직하고 간결하며 이는 게임 초기에 던져준다. 메인 퀘스트는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기억 찾기, Divine Beast 그리고 Ganon 격파로 총 3가지 이다.
기억 찾기는 플레이어에게 사진 12개를 보여주고 각 사진을 찍은 장소로 가면 해당 장소에서의 기억의 컷신을 보여주는 퀘스트이다. 장소를 보고 딱 이 장소가 어디인지 아는 경우에는 그 장소로 직접 가지만, 보통은 npc 와 이야기를 하면 npc 가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해주어서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젤다와 링크와의 기억을 보여주며 링크가 잠에 들기 전에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알려준다. 100년전의 스토리를 순서에 뒤바뀐 채로 보여주지만 대략적인 순서는 저절로 알게 된다.
Divine Beast는 가장 굵직한 메인퀘스트로 100년전의 챔피언의 스토리를 기억의 형태로 보여주는 동시에 해당 챔피언의 종족, 후손과 함꼐 Divine Beast를 다시 뒤찾는 퀘스트이다. 총 4개의 Divine Beast가 있으며 각자 물, 불, 바람, 번개 를 담당하며 지역도 각 element에 맞는 지역이 존재한다.(호수, 화산, …, 사막) Divine Beast 에 접근하기까지는 독자적인 서브 퀘스트가 있으며 Divine Beast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력화시키는 과정은 거대한 적을 상대로 약점을 노려 공격하는 재미가 있었고 연출도 좋았다. 하지만 각 Divine Beast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의 형식은 똑같다. (내부 맵을 얻고 divine beast를 조정할수 있고, 있는 terminal 에 모두 접속하면 보스를 깨고, 보스를 깨면 끝) 전개가 똑같고 심지어 스토리도 맨 처음에 만날법한 호수 마을의 스토리가 가장 재밌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재미는 반감된다.
메인 퀘스트의 가장 큰 목표는 Ganon을 죽이는 것이다. 즉 Ganon 격파가 게임의 피날레이다.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Divine Beast 4개를 모두 깬 상태에서 Ganon 격파는 Divine Beast의 보스보다 더 쉽다. Ganon 까지 가는 길이 더 어려울 정도로 너무 쉬워서 기가 쭉 빠진다. 심지어 보스가 두개의 페이즈로 되어있는데 마지막 페이즈는 죽기가 더 힘들정도 쉽다. BGM은 엄청 웅장하며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싸우는 데, 게임 플레이는 너무 쉬워서 정말 실망한 부분이였다. 이런 엔딩, 스토리 를 봤을 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BotW 에서의 메인 퀘스트는 메인 컨텐츠가 아니다.
탐험
다른 오픈 월드 게임들을 보면 결국 메인 퀘스트나 메인 퀘스트의 분량의 서브퀘스트가 있고 그것이 주요 컨텐츠가 되는데 BotW 의 서브 퀘스트들은 굉장히 짧은 소규모 퀘스트들 이며, 메인 퀘스트는 길지도 않고 퀄리티도 떨어진다. 즉, 긴 호흡의 의도된 내러티브는 완전히 버리고 오히려 세상 자체를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BotW의 메인 컨텐츠는 탐험이다.
탐험 과정
탐험은 계획과 발견으로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계획 단계는 플레이어가 어느 곳을 탐험할지, 어떤 길로 탐험할지 등을 결정하는 단계이며 발견 단계는 계획하여 간 곳에서 결과적으로 무엇을 경험하는지이다. 이러한 계획 / 발견 사이클은 BotW에서 많이 볼수 있다. Tower 를 보고 가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도착하면 전체 맵이 보이면서 그 지역의 탐험을 계획한다. 또한 계획한 장소를 가는 길에 다른 무언가(몬스터 마을, Shrine)을 보고 지금 갈지 나중에 갈지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계획 단계에서 플레이어는 어느 곳으로 갈지 목표를 먼저 정한다. BotW는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탐험을 하도록 시각적 유도와 퀘스트를 통한 유도를 하고 있다. 시각적 유도는 봤을 때 가보고 싶게 생긴 지역들이다. 미로처럼 생긴 섬, 거대한 화산, 소용돌이 모양생긴 육지 등, 뭔가 있을 것 처럼 생긴 지역들이 곳곳에 있다. 저 곳에 갔을 때 무엇이 있을까 라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 가게 된다. 퀘스트로 유도하는 것은 npc 가 도움을 청한다던가,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준다. 이 두 가지 유도로 플레이어는 탐험 목표를 정하게 된다. 타워, 성소, Divine Beast, 퀘스트 목표 위치 등으로 정하게 되며 한번에 여러개의 목표가 있을 경우에는 맵에 표시하고 어느 순서로 돌지도 정하게 되며 이는 능동적으로 행해지게 된다. 계획 단계는 BotW 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한 곳으로 가면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하게 된다. 도착한 곳에서 발견한 것은 흥미롬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Interesting or Meaningful) 흥미롭다는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거나 경험을 시켜주는 형태이다. 탐험이란 탐험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재밌는 것을 발견해야 흥미로워진다.1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은 공수가 많이 들기 때문에, 몇 장소만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 해놓았고 나머지의 새로운 경험은 시스템적 디자인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날씨, 무기 재질, 능력, 불 등 각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은 BotW 의 높은 자유도에 기여하면서도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시도를 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새로운 요소가 추가가 되지 않는 BotW에서는 점점 신선한 조합/시도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의미가 있는 발견이란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게임 매커닉적 의미를 가진 발견과 그 외의 의미를 가진 발견. 전자는 캐릭터의 성장에 관여하는 발견으로 korok seed, 보물 상자, spirit orb 를 의미하고, 후자는 호기심 충족과 같은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발견으로 예로는 스토리 진행,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 등이 있다.
BotW 는 발견할 것 투성이다. 여기저기 숨겨진 것 투성이고 어디든 탐험을 하면 거기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이 중 대다수는 흥미롭지도 않으며 의미도 없는 발견들이다. Korok seed 는 각 유형의 맨 첫 발견만 흥미롭고 나머지는 단순 반복들이며 korok seed는 후반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메커닉적 의미도 적다. Shrine 은 잘 만들어진 shrine 도 있지만 반복적이고 일차원적인 퍼즐도 굉장히 많았다. 보물 상자의 경우에는 루피는 부족한 적이 거의 없어서 의미가 없었고 장비의 경우엔 현재 장비보다 낮은 장비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힘들게 간 보물상자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총평 : 절반의 성공
BotW 는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첫 15시간은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다. korok seed 발견, 라이넬 발견 등 다양한 메커닉과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메커닉과 게임의 흐름에 익숙해진 순간, 첫 15시간 동안 흥미로웠던 부분들은 모두 반복적인 일로 바뀐다. 비슷한 shrine, 비슷한 korok seed, 비슷한 라이넬들, 비슷한 대형 몬스터들, 비슷한 몬스터 캠프… 몇몇 특별한 장소들은 신선함을 주었지만 나머지의 발견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재미가 사라졌다.
시작부터 모든 곳을 갈수 있게 만들겠다는 결정은 플레이어의 주도적인 탐험을 이끌어 내었지만, 새로운 요소들을 플레이타임 초반으로 모두 몰아지면서 초반은 정말 흥미롭지만 플레이 후반엔 초반에 보여준 것의 반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초반에 보여주는 탐험, 자유도는 굉장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비선형적 오픈월드를 플레이 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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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ation isn’t about exploration. It’s about discovery.”, http://www.quartertothree.com/fp/2016/09/01/no-mans-sky-vividly-realizes-meaningless-emptiness-sp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