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lica
레플리카는 한국의 1인 인디게임 개발자 SOMI가 만든 게임이다. 핸드폰을 조작하는 UI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독특해서 눈에 띄었던 작품이다.
Story
플레이어는 정부에 의해 붙잡혀서 리키라는 학생의 핸드폰 내부를 보면서 리키라는 학생이 반정부적 테러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플레이어를 협박하여 핸드폰에서 무슨 정보를 찾으라고 지시를 하고, 플레이어는 그 지시를 따라가야 하는 게임이다. 따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면 바로 배드 엔딩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리키 핸드폰에 저장된 문자, SNS, 사진들을 보면서 리키가 단순히 평범한 학생이고, 정부는 리키를 범죄자로 몰려고 노력하는 것을 알게 된다. 스토리, 시나리오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디스토피아 관련 소설인 리틀 브라더, 1984 같은 책들의 이야기도 담는 동시에, 실제 현실도 반영하였기에 한국인으로서 뜨끔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정부가 국민들의 핸드폰을 엿보기 위해서 해킹 프로그램을 산 이야기, 지메일을 이용한 것은 정보 은폐의 의도가 보인다면서 구속 영창이 나왔던 사건, 국정 교과서 등등의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리키의 어머니서부터 오는 문자였다. 어머니로서 리키를 걱정하는 내용인데, 굉장히 감정적으로 와 닿았다. 죄책감도 심어주는 동시에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문자가 플레이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건드린 이유는 총 2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게임 자체가 컨텐츠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서 플레이어가 문자 내용을 곱씹게 만든 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문자가 오는 행위 자체가 플레이어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NPC와 이야기를 걸면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온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집중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들어오는 감정)
Aesthetic
픽셀 아트이다. 개발자의 전작인 Retsnom을 만들면서 배운 픽셀아트를 여기에서 활용한 게 아닌가 싶다. 픽셀 그래픽 자체가 주는 효과는 플레이어에게 이것이 핸드폰 UI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해준다고 생각하고, 실제 폰 UI와 다른 점이 있더라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아트에서 인상깊게 본 것은 엔딩에 나오는 실제 사진을 픽셀화한 이미지이다. (물론 단순히 필터를 씌워서 나오는 퀄리티는 아니다. 수작업으로 많은 부분들을 고쳤을 것이다.) 픽셀화된 사진을 보면 실제 사진처럼 보이면서도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가져오는 괴리감은 엔딩이 소름 끼치게 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한글 폰트가 픽셀 폰트(Bitmap Font)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많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영어로 봤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Mechanic
Inven Game Conference에서의 제작자의 발표를 보면, 레플리카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는 “일상생활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어있던 경험들을 게임 속에 녹여보자” 이다. 이것을 휴대폰 UI라고 생각하였다. 실제 핸드폰에서 할 수 있는 핸드폰 메세지 보기, 사진 보기, 사진 정보 보기, 비밀번호 풀기, 전화 걸기 정도 등등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메카닉은 정부가 플레이어에게 지시를 내릴 때 사용하는 TODO 앱이다. 이 앱은 플레이어게 어느 정보를 클릭하면, 그 정보가 현재 TODO 리스트에 있는 것과 연관이 있으면 TODO 리스트에 완료했다고 뜨고, 아니면 x 표시가 뜬다. 이게 실제 메커닉이라고 생각한다.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정부에게 전화를 하거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을 통해 정보를 보내게 했더라면 좀 더 현실성 있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플레이어에게 빠른 피드백을 해 주기도 힘들고, 정부에게 알려줄 때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택지 기반은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판별하기가 어렵고, 텍스트 박스 기반은 입력한 정보가 맞는 지, 문자열 분석이 어렵다.) 현재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Technology
어려운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다. 1인 개발자인 만큼 기술력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다.
Sound
게임의 4요소는 아니지만 집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 BGM은 게임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조용한 피아노 멜로디는 과도하게 감정적이지 않고 적당히 슬픔을 유지하고 있다. BGM보다는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BGM을 없애는 부분이다. 전화가 와서 내용을 보여줄 때와 엔딩을 보여줄 때, 음악이 끊기고 타자기 소리만 나는데, 이것이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긴장감과 약간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는 엔딩을 볼 때 나오는 “모든 것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국가에 반항하는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가 빨간 글씨로 뜨면서 “둥” 소리만 세 번 나오고 이어지는 침묵에서 소름이 끼쳤었다.
아쉬운 점
첫 번째는 엔딩을 모으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엔딩을 모으기 위해서 리플레이를 하면, 맨 처음에 느꼈던 그 무겁던 분위기와 감정선이 무너진다. 개발자는 엔딩들을 모두 보려고 노력하면서 핸드폰 주인을 죽이거나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악의 평범성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엔 악의 평범성은 결국 12개의 엔딩들 중, 가짜 진엔딩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엔딩들이 결국 linear 한 형태에서 가지를 치는 순간 엔딩이 나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 엔딩을 모으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나의 생각은 각각이 엔딩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도중 포기 엔딩으로 취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 까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매트릭스의 오마주이다. 이 게임에서 내가 느낀 주 메세지인 악의 평범성과는 전혀 관련없는 오마주라고 생각한다. 매트릭스 관련 내용을 빼는 것이 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개인적인 이유인 거 같기도 하지만, 게임 메커닉을 들었을 때, 나의 게임에 대한 생각은 남의 핸드폰을 보면서 그 핸드폰을 가진 소유자의 이야기를 파해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결국 추리를 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레플리카는 추리 메커닉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구현 되어있다. 이 부분에서 조금 실망하였다.
총평
친구들에게 이 게임이 어땠냐고 물어볼 때, 답변이 항상 달라졌던거 같다. 레플리카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총 평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의 생각은 “재미 보다는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기에 한 번쯤은 플레이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