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Story
시험기간이니 게임 리뷰!!(?)
2015년도 game awards에서 모르는 게임들 리스트를 보니 몇개의 게임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대부분이 스팀 리뷰가 별로였지만 이 게임은 리뷰도 좋았기에 샀다.(심지어 싸다. 6500원) 싸다는 건 보통 플레이 타임도 짧다는 얘기이기에 시험기간에 가볍게 해보기에 좋은 것 같았다. 나의 경우, 총 플레이타임은 2시간이다.
게임은 한 여자의 5개의 인터뷰의 토막들을 찾아서 보는 형식이다. 인터뷰들이 5초에서 1분 정도의 길이로 잘려져 있고, 입력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키워드를 가지고 짧은 영상들을 검색하게 된다. 검색원리는 주인공의 말에 그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검색된다. 해당 키워드를 가진 영상들이 많아도 최대 5개만 보여주기 때문에 “I” 같은 키워드로는 모든 영상을 볼 수 없다. 영상들을 보면서 적당한 키워드를 찾고, 그 키워드로 다른 영상들을 찾는 형식이다. 그러면서 이 여자의 스토리를 알게 되는 게임이다.
굉장히 특이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 방식은 처음이고(최소한 나에겐) 상당히 잘 만들었다. 단순하면서도 어렵고, 키워드를 잘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생각나는 키워드를 마구 때려넣다 보면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 배려도 잘 되어 있다. 2시간에 6500원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니 추리 게임,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해보길 바란다.
총평 : 게임 메커닉이 빛나는 게임. 엔딩을 빼면 굉장히 재밌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상세 리뷰 (생각의 흐름기법)
이 게임은 그래픽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할 필요도 없다. 게임은 실제론 인터뷰 영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그래픽은 보다시피 옛날 윈도우를 연상시키는 UI이다. 좋게 만들 이유가 없기에 이 선택은 좋았던거 같다. (일부러 나쁘게 만든게 좋게 만들려다 실패하는것보다 훨씬 좋다.)
스토리는 그저 그렇다. 이러한 게임들은 반전 같은 요소들을 많이 넣어야 하므로, 꼬이기 마련이다. 스토리만 어디서 찾아서 본다면 별로 임팩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스토리를 접하면 굉장히 임팩트가 크게 느껴진다. 반전을 보면 “그 전에 보았던 영상들이 이런 뜻이였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소름 끼치게 된다. 스토리를 실제로 느끼고 싶다면 스토리 영상을 짜집기 한 것 말고, 게임 실제로 플레이하거나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기 바란다.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깊은것은 게임 디자인 측면이다. 스토리도 물론 잘짰지만, 게임 메커닉이 굉장히 특이한 만큼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론 키워드로 찾은 영상들 중 5개만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인 키워드로는 모든 영상을 못찾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찾은 영상들 중 시간 순으로 앞의 5개 영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초반 인터뷰의 경우, 주인공이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들은 모두 뒤에 있기에 중요한 내용을 보려면 정확한 키워드를 쳐야한다. 하지만 초반 인터뷰들을 통해 키워드를 많이 알아낼수 있기 때문에 어떤 키워드를 처야 될지 모를때는 일반적인 키워드를 통해 얻어낼 수 있다.
두 번째, 단순히 스토리만 중요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뷰에서 하는 말의 전체적인 내용 뿐만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도 중요하고 심지어는 인터뷰에서 주인공이 하는 행동도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 인터뷰에서는 커피에 설탕을 타달라고 하는데 다른 인터뷰에서는 설탕을 타지 말라고 한다거나, 인터뷰에서 뺨을 만지는데 왼쪽을 만지는지 오른쪽을 만지는지 이 모든 행동들이 의미가 있다. (의미는 스포일러이므로 스킵) 이런 디테일까지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디테일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게임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보자 배려가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 게임 방식은 굉장히 좋은 이유는 영상의 길이를 조종함으로서, 이 영상이 검색되기 힘들게 만들게 만들 수 있고 심지어는 어느 키워드만을 통해 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즉, 어떤 영상을 보기 쉽게, 또는 어렵게 만드는 작업이 인위적이지 않고 게임안의 rule을 통해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나는 이 게임의 가장 잘 만든 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에게 소름을 준 영상은 보통 짧은 5초 영상이였다.) 지금은 그 영상에 들어있는 모든 단어들로 검색을 하지만, 만약 개발자들이 정한 특정 단어만 이 영상을 나타내는 대표 단어라고 하고, 그 단어를 검색해야만 영상이 나오는 구조였다면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보는 영상의 순서를 조작하기 쉽고,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Narrative를 전달할 수 있었겠지만 플레이어들은 “내가 개발자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라며 화를 낼것이다. 이러한 불공평한 규칙이 아닌 객관적으로 정해진 규칙을 정하는 동시에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보는 영상의 순서를 어느정도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하다.
이런 점에서 잘 되어있다고 하지만 여러가지 단점들도 있다. 첫 번째는 엔딩이다. 엔딩을 보는 조건이 이상하다. 엔딩은 내가 어느 정도 영상들을 많이 보면 자동으로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구조이다. 엔딩이라고 해봤자, 그냥 크레딧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엔딩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차라리 어느 특정영상을 보거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때 같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엔딩 크레딧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좀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엔딩이 별로여서 게임을 하는 도중엔 재밌게했지만, 끝날땐 뭔가 허무했다.
두 번째는 특정 영상은 엔딩을 봐야 볼 수 있다는 점이였다. 이 영상이 스토리상으로 중요한 영상이라면 납득할테지만,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아무 의미없는 영상이였다. 특히 database checker라는 것을 통해 플레이 중에 어느 부분이 없는 지를 볼 수 있는데, 덕분에 난 절대 찾지 못하는 영상을 찾으려고 그 직전에 나온 영상에 나온 단어들을 마구 찾아봤었다.
스토리를 알기 위해선 게임을 하면서 알아내는 걸로도 충분하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찾아보면 그녀의 조그만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알게 된다.